화요일이었고, 제가 쉬는 날이어서,
아침에는 아주 지저분해져 있던 뒷마당의 조그마한 텃밭을 정리하고,
거기에 오이씨을 심고,
아내가 양념을 해 놓은 갈비를 밖에서 그릴에 구워주고,
이른 오후에 둘째, 셋째 아이들과 Sharpstown 에서 골프를 쳤습니다.
아이들이 함께 가자고 하더군요.
그런데 왠지 마음이 짠합니다.
둘째 아이는 어제 27살이 되었고,
금년에 의과 대학을 졸업을 해야 하는데,
원하는 전문 분야의 residency program 과 match 가 안되어서,
졸업을 일단 보류하고,
일 년의 시간을 더 들여,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병원에 가서,
연구를 하면서 논문을 쓰고 발표할 계획입니다.
내년 residency program matching 을 위해서 자신의 스팩을 좀 더 강화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몇 주 전부터 이 아이를 볼 때마다 왠지 마음이 짠해지네요.
그 이유는 이 아이가 residency program 에 match 가 되지 않은 것도 어느 정도는 이유가 되겠지만,
그것 보다는 다음 주에 저와 아내가 남가주 포도원 교회에 가서 목회자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기간에,
둘째 아이가 짐을 싸서 샌프란시스코로 떠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가 집을 떠나게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대학 3년 반을 어스틴에서 지냈고,
대학교때 스페인에 한 여름 가서 몇 개의 과목을 택했고,
대학을 한 학기 일찍 마치고는,
오하카에 있는 로카블랑카에 가서 약 3개월을 지내면서 선교를 하다가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샌프란시스코로 떠나는 것은,
아마도 마지막의 떠남, 그래서 다시 돌아오지 않을 떠남이 되지 않을까 하는 느낌입니다.
물론 친구들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또한 휴일에 집으로 오겠지만,
이제는 떠나면 본인의 앞 길을 가기 위해서,
저희들과 함께 살 이유가 없게 될 것 같습니다.
이것을 생각하니까 마음이 짠해 집니다.
어렸을 때, 좀 더 잘해줄 걸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목회하느라고 아이들의 속 마음을 들여다 보지 못한 것이,
그래서 그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해 주지 못하고, 위로해 주지 못한 것이,
그리고 목회를 하는 부모들의 생활 방식을 아이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따라야만 했기에,
본인들의 생각이나 의사를 많이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한 것이,
늘 싼 식당에만 데려가고,
늘 싼 옷, 싼 운동화만 사 주었던 것이...
이런 것들로 인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후회와 아픔이,
잔잔한 파도가 모래사장에 밀려왔다 다시 나갔다 하는 것과 같이,
하루에도 여러 번 마음 속에 오고 가네요.
좀 더 따뜻한 말로,
좀 더 다정하게,
좀 더 여유있게,
좀 더 너그럽게,
좀 더 융통성있게,
좀 더... 하면서 키웠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어린 자녀들을 양육하고 있는 부모님들은,
제가 못했던 것을 좀 더... 하면서 잘 키우시기 바랍니다.
하나님 아버지를 더욱 깊이 알게 되어서,
그 아버지를 자녀들에게 잘 보여주는 그런 부모님들이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